문제의 시작
최근 USB-UART 변환 보드를 연습 삼아 만들어보려고 하고 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이 변환 IC를 찾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칩은 Silicon Labs 사(이하 Silabs)의 CP2102뿐이었다. 그것으로도 충분히 기능하는 보드를 만들 수 있겠지만, 사이드 프로젝트이니만큼 내가 하고 싶은 데로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같은 기능을 하는 다른 칩을 알아보고 비교해보기로 했다.
Silabs 부터 ST Microelectronics사(이하 ST), Texas Instruments사(이하 TI)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며 USB to UART 변환 칩을 찾아보았다. Silabs에는 CP2102 말고도 다양한 라인업이 마련되어있지만, ST와 TI에서는 알맞은 부품을 속 시원하게 찾을 수 없었다. USB를 UART로 변환할 수 있는 IC가 있긴 하지만 그것이 주된 기능이 아니어서 오버 스펙이었다. 어찌 되었든 찾아놓은 정보를 정리해서 비교 분석을 하기 위해 표를 만들어보려 했다. 그래서 데이터시트를 하나하나 살펴보는데, 어느 순간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어 그만두었다.
부품 검색은 해외 사이트가 낫다
비교표를 만들다 시간을 허비할 것 같아서 우선은 Silabs의 CP2102N으로 보드를 만들기로 했다. 그래서 가격과 재고를 확인하려고 전자 부품 쇼핑 사이트에서 'CP2102N'을 검색했다. 여기서 잠깐, 갑자기 CP2102가 아닌 CP2102N인가 하면, 현재 Silabs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CP2102에는 'NRND'라는 라벨이 붙어있다. Not Recommended for New Designs 그러니 새로 설계하는 제품에는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고 한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적당한 것을 찾은 게 CP2102N이다.
나는 마우저(Mouser)에서 부품을 검색했다. 그 외에도 디지키(Digikey), RS, 엘리먼트 14(Element 14), 애로우(Arrow) 등의 해외 전자 부품 쇼핑몰이 있다. 국내에는 디바이스마트나 엘레파츠, 아이씨뱅큐 등이 있는데 부품 사양 비교를 위해서는 해외 사이트를 이용하는 게 낫다. 국내 사이트에는 비교 기능 자체가 없거나 표시 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실해 부품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우연히 알게된 부품 비교기능
아래는 마우ㅈ저에서 CP2102N을 검색했을 때 볼 수 있는 화면이다. 저기서 'Compare Selected'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문득 저 기능을 사용한다면 힘들게 정보를 모으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우선 같은 USB to UART Bridge 카테고리에 속하는 제품 리스트를 뽑고 그중에서 몇 개를 선택해 비교해보면 될 것 같았다.
검색된 페이지 상단을 살펴보면 지금 보고 있는 부품의 카테고리가 표시되어 있다. CP2102N은 'USB Interface IC' 제품군에 속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저것을 클릭하면 해당하는 부품들이 모두 화면에 나타난다.
과연, 정말 수많은 종류의 USB Interface IC들이 목록에 떴다. 그런데 저 모든 부품이 내가 원하는 것은 아니다. 필터를 이용해서 조금 더 걸러볼 필요가 있다. 'Type' 목록을 살펴보면 'Bridge, USB to UART'가 있다. 찾아서 클릭한다. 그러자 62개의 결과가 있다고 화면에 표시된다. 잊지 말고 'Apply Filters' 버튼을 클릭한다. 그래야 부품 목록이 갱신된다.
'Manufacturer' 목록을 살펴보면 USB to UART Bridge를 제조하는 회사가 어디인지 알 수 있다. FTDI, Microchip, Silicon Labs, Cypress Semiconductor, MaxLinear 이렇게 5개 제조사가 있다. 디지키에서 검색하면 여기에 NXP까지 추가된다. 생각보다 USB to UART Bridge를 생산하는 회사가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나는 쓸데없이 칩을 생산하지도 않는 ST와 TI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면서 정보를 모으려 애썼다는 사실도 함께 알게 됐다. 이래서 이런 시행착오가 필요한 것이다.
비교하기
생산자 목록에서 FTDI를 보니 FTDI사의 Bridge도 많이 사용한다던 회사 선배의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오래전 기억에 아두이노 미니에 실행 파일을 다운로드 하기 위해서 별도의 보드가 필요했고 거기에 FTDI라는 문구가 있었다는 것도 생각이 났다. 그래서 FTDI사의 제품 중 적당한 것을 골라 CP2102N과 비교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왕 비교하는 김에 Microchip의 제품도 함께 추가해서 3개를 동시에 비교해보기로 한다.
선택한 제품은 'CP2102N-A02-GQFN24R'과 'FT234XD-T' 그리고 'MCP2200-I/SS'이다. 선택하려면 제품 사진 왼쪽에 체크 박스를 클릭하면 된다. 모두 선택하였으면 'Compare Selected' 버튼을 클릭한다.
짜잔! 아래 이미지처럼 깔끔한 표로 각 칩의 주요 사양을 비교하여 볼 수 있다. 캡처된 이미지에는 잘려있지만 현재 재고 수량과 가격까지 함께 표시해준다. 나는 이렇게 편한 기능도 모르고 불필요한 노동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방법을 알았으니 다시 헤맬 일은 없을 것이다.
물론 이 기능은 부품의 주요 스펙을 비교하기 위한 용도이다. 상세 사양과 기능이 궁금하다면 반드시 데이터 시트를 살펴봐야 한다. 친절하게도 저 표에는 각 부품의 데이터 시트 다운로드 링크까지 포함되어있다. 부품 회사 홈페이지까지 찾아 들어가지 않아도 여기서 바로 데이터 시트를 열고 비교해보자. 나는 하다 보니 마우저를 이용하였는데, 당연하게도 디 지키나 RS, 엘리먼트14 등의 쇼핑몰도 거의 같은 기능을 가지고 있다. 부품을 찾는 방식도 비슷하고 비교표 양식도 비슷하다. 따라서 자신이 선호하는 쇼핑몰을 찾아서 위에서 설명한 방법으로 부품을 찾고 비교하면 되겠다.
정확한 스팩은 데이터시트를 확인하자
하지만 비교표에 표시된 스펙을 100% 믿어서는 안 된다. 사람이 입력을 실수한 것인지, 혹은 성능이 좋아 보이려고 교묘하게 수치를 적어 놓았다든지 어떤 이유로든 표시한 정보가 실제 정보와 차이 날 수도 있다. 위에서 살펴본 비교표에서도 큰 함정이 있는데, 글이 길어지니 그것은 다음 글에서 적어보도록 하겠다.
엔지니어라면 자신이 선택한 제품 혹은 부품의 사양을 잘 파악한 상태에서 설계를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지식을 머릿속에 모두 담아둘 수는 없다. 그래서 중요한 게 데이터 시트, 즉 문서이다. 그런데 많은 양의 문서를 모두 읽는 것은 시간과 체력이 드는 일이다. 그래서 그 공수를 조금 줄여보고자 쇼핑 사이트의 비교 기능을 이용해 보자는 것이 이 글의 주제이다. 별것 아닐지라도 모르는 사람에게는 시간 비용을 줄여주는 소중한 팁이라 생각되어 이렇게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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