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Vim을 접하게 된 것은 2013년도 즈음이다. 아마 라즈베리파이와 함께 리눅스를 처음 접하게 되면서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 당시 나에게 Vim은 무슨 키를 쳐야 글이 써지는지도 모르겠고 종료시키는 방법도 알 수 없는 투박하고 불친절한 편집기였다. 그래서 그때는 '이것은 못 써먹을 도구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Vim에 매료되기 시작한 계기는, 2016년도에 이름을 대면 알만한(?) 개발자가 진행하는 파이썬 강연을 듣게 되면서이다. 처음 접한 파이썬이 신기하고 재밌기도 했지만, 그 자리가 즐거웠던 요소 중의 하나는 그 강연자가 Vim을 다루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빠르고 우아하게 코드를 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시간을 보냈었다.
지금 나는 Vim을 무척 좋아한다. 노트북 상판에는 Vim 스티커가 붙어있고, 회사에서 일할 때도 Visual Studio에 VsVim 플러그인을 설치해 사용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Visual Studio Code, PyCharm에도 Vim의 키 맵을 적용해 사용하고 있다. Git의 커밋 메시지를 편집하는 편집기 설정도 당연히 Vim이다. 그런데 나는 Vim을 좋아하지, 잘하는 사람은 아니다. 커서 이동과 복사, 잘라내기 그리고 몇 가지 기본적인 기능만 사용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냥 잘 몰라서이다.
Vim을 익힐 때 참고했던 교재는 vimtutor
다. 이게 뭔지 모르는 사람은 Linux나 macOS에서 터미널을 열어 vimtutor
라고 입력해보라. 그리 어렵지 않은 영문 설명을 따라 읽다 보면 어느새 Vim 사용자가 되어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Vim 사용 수준이 딱 vimtutor
에서 가르치는 입문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Vim으로 텍스트를 편집하는 데 어려움이 없지만, Vim의 숨겨진 힘을 충분히 사용하지는 못하는 그런 상태이다.
그런 나에게 <손에 잡히는 Vim>은 기본을 다져주고 빈 곳을 메워준 책이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안내가 역할을 해주고 있다. 이 책은 Vim의 모든 기능을 설명하지 않는다. 입문용 책이니만큼 적당한 난이도로 읽는 이를 이끌어준다. 조금이라도 어려워지려고 하면 저자가 내용을 끊어주고 참고할만한 자료를 안내해준다. 그렇다고 내용이 빈약한 것도 아니다. vimtutor
보다는 유용한 기능 설명이 되어있다고 생각한다. 기본 사용법뿐만 아니라 각종 세팅 방법, 여러 파일을 다루는 방법, 화면을 나누는 방법, 매크로를 등록하는 방법 등 유용한 정보들이 담겨있다. 그런데도 설명이 간결해서 읽기 쉬우며 200쪽이 안 되는 분량이라 책을 모두 읽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책이 세상에 나온 지 10년이 되었지만 책을 보고 공부하는데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Vim은 만들어진 지 올해로 30년 되었고 뿌리가 되는 Vi까지 역사를 확장하면 무려 45년 된 편집기이다. 오래된 만큼 주로 사용하는 기능은 크게 변하는 게 없는 듯하고 책은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니 주변에 Vim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주저 없이 이 책을 추천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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